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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라고?

아마 저 단어를 본 대부분 사람이 ‘비틀즈’를 잘못 쓴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비틀스’라는 표기를 보자마자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 표기법일 것임을 예상하고 국어원을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영어의 Beatles는 /z/ 발음으로 끝나니까, ‘비틀스’라는 표기보다 ‘비틀즈’가 원음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경우 ‘비틀스’를 거부하고 ‘비틀즈’라는 관행적인 표기를 따르는 것이 옳게 느껴지지요. 발음도 비틀즈니까!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혼란은 외래어표기법의 일관되지 않는 원칙에서 옵니다. 외래어표기법이 음성학/음운학적 원리뿐만이 아니라, 굳어진 관행까지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원칙들에 예외가 생기고 같은 발음도 달리 표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z/ 발음표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표기법은 /z/ 발음을 /ㅈ/으로 표기하는 것을 일반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말끝의 철자가 s일 때에는 /z/ 발음이라 하더라도 /스/로 표기하도록 하는 세칙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jazz, quiz, Oz의 발음은 각각 ‘재즈’, ‘퀴즈’, ‘오즈’로 표기해야 합니다. 다만 James, Times, Beatles와 같은 단어들은 -s 자로 끝나기 때문에 각각 ‘제임스’, ‘타임스’, ‘비틀스’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사실 /z/ 발음은 우리말 ㅈ보다 ㅅ에 가깝다

원음에 가까운 표기가 어떤 것이냐의 문제만 따지자면 /z/ 발음은 우리말 /ㅈ/보다는/ㅅ/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얼른 생각하면 /s/ 발음이 우리말 /ㅅ/에 가깝고 /z/는 우리말 /ㅈ/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잘 따져 보면 그게 아닙니다. 영어의 /s/ 소리가 우리말 /ㅅ/에 가까운 건 맞지만 (똑같지는 않습니다) 영어의 /z/ 소리는 우리말 /ㅈ/ 소리와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영어 /z/는 혀의 위치와 조음 방식이 /ㅈ/보다 /ㅅ/에 더 가깝습니다. /ㅈ/은 혀의 위치가 더 안쪽이어서 영어의 /ch/ 발음에 더 가깝고요.

영어 발음에서 /s/과 /z/의 차이는 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일 뿐 혀의 위치와 조음 방식이 같습니다. 그래서 /s/음을 유성음으로 내면 /z/와 같아집니다. 우리말 /ㅅ/은 영어 /s/처럼 무성음이지만 우리가 ‘비틀스’라고 읽고 발음할 때는 단어 끝에 붙은 /ㅡ/ 모음의 영향을 받아 앞의 /ㅅ/ 발음이 유성음으로 변하여 영어의 /z/ 발음과 거의 같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비틀즈’라고 적을 때보다는 ‘비틀스’라고 적을 때 원음에 훨씬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ㅡ/ 모음이 추가되기 때문에 원음과 똑같아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말은 음절 단위로 적어야 해서 마지막 모음을 빼고 ‘비틀ㅅ’라 적을 수는 없습니다. 설사 그렇게 적을 수 있다 하더라도 /ㅅ/은 무성음이라 유성음인 /z/와는 다른 발음이 되는 거고요.

이렇게 보면 외래어표기법의 일반원칙보다 예외로 둔 세칙이 음성학/음운학적 원리에 더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원리에 따르면 jazz, quiz. Oz도 각각 ‘재스’, ‘퀴스’, ‘오스’로 표기해야 원음에 더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z/ 발음을 굳이 /ㅈ/로 표기하도록 한 것은 /s/와 /z/의 발음 차이를 한글로도 드러내 주는 장점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 같습니다. 더욱이 ‘재즈, ‘퀴즈’, ‘오즈’ 같은 말은 우리 문화에서 워낙 굳어진 표기라 바꾸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미 한국어가 되어 버렸다고도 할 수 있고요.

‘비틀스’는 ‘뉴즈’가 아니고 ‘뉴스’인 것과 같다

‘비틀스’라 적는 것은 낯설지 모르지만, news를 ‘뉴즈’라 적지 않고 ‘뉴스’라 적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하다 여길 것입니다. 뉴즈라고 적으면 오히려 낯설다 생각하겠지요. 오랫동안 사용해 익숙해진 표기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도 뉴즈보다는 뉴스가 맞습니다. news를 뉴스로 적는다면 Beatles도 비틀스라고 적어야 일관성이 있습니다. 물론 뉴스’라는 말이 이미 한국어가 되어 버렸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어 단어 복수형의 우리말 표기는 어떤 경우나 ‘스’가 될 수밖에 없다

록 밴드 이름 The Beatles는 딱정벌레를 뜻하는 영어 단어 beetle에서 착안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철자 하나를 바꾸었지만 네 마리 딱정벌레라는 기분이 나도록 지은 이름이지요. 따라서 발음은 딱정벌레의 복수형인 beetles와 발음이 같아야 합니다. 우리말 표기도 같아야 하고요.

영어 단어의 복수형을 우리말로 표기할 때는 언제나 ‘스’로 표기해야 합니다. 영어 단어의 복수형 발음은 /s/, /z/, /iz/ 세 가지뿐이라서 맨 끝 발음은 결국 /s/, /z/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s/ 발음은 우리말로 ‘스’로 표기할 수밖에 없고 /z/ 발음도 위에서 설명했듯이 ‘스’로 표기하는 게 원음에 가까우니까 영어 단어의 복수형 표기는 언제나 ‘스’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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