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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Odes I. 11.

Horace

Leucon, no one’s allowed to know his fate,
Not you, not me: don’t ask, don’t hunt for answers
In tea leaves or palms. Be patient with whatever comes.
This could be our last winter, it could be many
More, pounding the Tuscan Sea on these rocks:
Do what you must, be wise, cut your vines
And forget about hope. Time goes running, even
As we talk. Take the present, the future’s no one’s affair.

– translated by Burton Raffel

 

카르페 디엠

호라티우스

레우코노에, 아무도 제 운명을 알 수 없다오.
당신도 모르고 나도 몰라요. 묻지 말아요. 찻잎이나 손금을 읽어
알아볼 생각도 말고요. 무슨 일이 닥치든 담담히 받아들여요.
이 겨울이 우리의 마지막 겨울일 수 있어요. 아니면 토스카나 바다를
저 벼랑에 내던져 그 힘을 앗아갈 더 많은 겨울이 기다릴 수도 있고요.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지혜롭게 살아요. 포도주를 걸러 마시고
희망에 대해선 잊어요. 시간은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중에도
달아나고 있어요. 현재를 붙잡아요. 미래는 마음에 두지 말고요.

– 버튼 래펄 번역

 


 

호라티우스 Horatius (기원전 65 – 기원전 8)

로마 시대 시인. 풀네임은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Quintus Horatius Flaccus), 영어권에서는 Horace(호러스)라고 불립니다. 해방노예의 아들로 태어나 로마에서 교육을 받은 뒤, 아테네로 가서 아카데미아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카이사르 암살 뒤 브루투스 진영에 가담하여 싸웠으나 안토니우스군에 패하여 재산을 몰수당합니다. 로마로 돌아온 뒤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중요 저작으로 [서정시집] 4권과 [서간시] 2권이 있습니다. [서간시]에 포함된 “시론(Ars poetica)”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번역자: 버튼 래펄 Burton Raffel (1928 – )

미국의 번역가, 시인, 교사. 앵글로 색슨의 서사시 [베오울프 Beowulf],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프랑소와 라블레(François Rabelais )의 [가르탕투어와 팡파그위엘 Gargantua and Pantagruel] 등 많은 작품을 번역하였습니다. 1996년에는 미겔 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Don Quixote]를 번역하여 현대 독자가 세르반테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6년에는 중세 유럽의 영웅시 [니벨룽겐의 노래 Nibelungenlied]를 번역해 내기도 하였습니다.


 

[일요 영시 해설] Horace: “Carpe Diem”

오늘 읽을 시는 원래 영어로 쓰인 시가 아닙니다.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Odes”(명상시) 제1권 제11번의 일부를 미국 시인 버튼 래펄이 영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시의 일부이기 때문에 따로 제목이 없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carpe diem”이란 구절이 너무 유명하여 그것이 그냥 제목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호라티우스가 연인 레우코노에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어 어떤 영어 번역에는 “레우코노에에게(To Leuconoe)”라는 제목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연인에게 미래의 일에 너무 마음을 쓰지 말고 현재의 시간을 충실하게 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그 조언 가운데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현재를 붙잡아라”라는 뜻의 라틴어로 영어로는 보통 “Seize the day.” 또는 “Seize the present” 등으로 번역되곤 합니다. 호라티우스 이후 이 어구는 현재의 충실한 삶을 강조하는 철학적 개념을 나타내는 말로 널리 쓰여지게 되었고 유럽 시문학의 중요한 주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빈 윌리엄스가 키팅 선생으로 나오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이 말이 인용된 뒤로는 대중 사이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Leucon, no one’s allowed to know his fate,
Not you, not me: don’t ask, don’t hunt for answers
In tea leaves or palms. Be patient with whatever comes.

이 시에서 화자는 레우코노에에게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알지 말라고 합니다. fate란 신들이 인간에게 부여한 숙명을 뜻합니다. 숙명은 아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알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운명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은 억누르기 힘든 모양입니다. 사람들은 앞날의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점을 보는 일이 많습니다. 동서양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점을 보는 방법도 수없이 많습니다. 영어 번역에서 언급되었듯이 찻잎을 이용하거나 손금을 보는 방법은 그 가운데에서도 널리 알려진 것들입니다. 라틴어 원문에는 찻잎이나 손금을 읽는 점에 대한 언급은 없고, 바빌로니아의 숫자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인은 운명을 알기 위해 점을 보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무슨 일이 닥치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무어든 견디어 내라고 합니다.

This could be our last winter, it could be many
More, pounding the Tuscan Sea on these rocks: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겨울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은 우리의 삶이 이 겨울에 끝날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더 오래 살 수도 있겠지요. 더 많은 겨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세월은 바다의 파도로 해안의 바위를 끊임없이 때려댈 것이지만 말입니다. 영어 번역에 Tuscan Sea라고 되어 있는 것은 라틴어 원문에 티레니아 해(Tyrrhenian sea)라고 나와 있는 바다를 가리킵니다. 결국 같은 바다를 말합니다. 이탈리아 서쪽에 있는, 코르시카, 사르디니아, 시실리의 세 섬에 둘러싸인 지중해의 한 해역을 토스카나 해라고 할 수도 있고 티레니아 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번역자가 Tuscan Sea라고 옮긴 건 한 음절을 줄이기 위한 것인 듯합니다). 겨울이 바다의 파도를 바위에 내던진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세월의 흐름을 나타내는 비유적 표현입니다. 시간의 흐름은 흔히 시에서 조수의 간만이나 파도의 리듬에 빗대어 표현됩니다.

Do what you must, be wise, cut your vines
And forget about hope. Time goes running, even
As we talk. Take the present, the future’s no one’s affair.

시인은 연인에게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고 하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혜롭게 살라고 말합니다. cut your vines라는 말은 직역하면 “포도나무를 잘라라”가 되는데 이것은 “포도를 따서 포도주를 만들라”는 뜻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보입니다. 포도나무를 말하는 vine과 포도주를 말하는 wine은 같은 어원을 가진 말입니다. 다른 영어 번역에는 이 대목이 strain your wines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strain이란 포도를 으깨 체에 걸러 즙을 낸다는 뜻입니다. 포도주를 만들라는 것은 현재를 즐기면서 살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희망에 대해서는 잊어 버리라”라는 말은 이 맥락에서 “희망을 갖지 말라”는 부정적 함의를 가진 말로 쓰였다기보다 미래에 대한 꿈에 젖어 살려고 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여 지금 이 순간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음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쓰였다고 봐야 옳습니다.

시인은 “시간은 지금 이러한 말을 하고 있는 중에도 쉬임없이 흐르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시간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킵니다. 그러고는 그 유명한 말로 마무리합니다. “현재를 붙잡아라. 미래를 너무 믿지 말고”.

영역에서는 이 대목이 Take the present, the future’s no one’s affair 라고 쉬운 일상어로 번역되어 있는데 다른 영역에서는 라틴어 원문의 표현에 가깝게 Seize the day, trusting the future as little as possible라고 번역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대목의 라틴어 원문은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입니다. 직역하면 “pluck the day, putting as little trust in tomorrow [the next]”가 됩니다. “미래는 되도록 믿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입니다.

carpe diem라는 말에서 carpe는 라틴어로 “(꽃이나 열매를) 따다”를 의미하는 “carpo”의 명령형이고, “diem”은 “날(day)”을 의미하는 “dies”의 목적격입니다. 그러니까 carpe diem이라는 말은 꽃이나 열매를 따듯이 “그 날을 따라”는 말인데 현재를 즐기라, 그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뜻의 비유적 표현이 됩니다. 이 말의 뜻과 주제를 잘 나타내는 시가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영국 시인 로버트 헤릭(Robert Herrick, 1591-1674)의 “To the Virgins, To Make Much of Time”(아가씨들에게, 시간을 잘 이용하라는 충고)”라는 제목의 시가 그것입니다.

“Gather Ye Rosebuds While Ye May”, by John William Waterhouse

헤릭의 그 시에 “Gather ye rosebuds while ye may”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옵니다. “가능할 때 장미꽃봉오리를 따 모아라”라는 말인데 이 말은 로마 시인 아우소니우스(Ausonius, c. 310 – c. 395)의 시에 나오는 “Collige, virgo, rosas”(처녀여, 장미꽃을 따라)라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으로 짐작된다고 합니다. 아우소니우스도 호라티우스의 카르페 디엠 사상에서 영감을 받았을지 모릅니다. carpe라는 말도 꽃을 딴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니 아우소니우스의 그 구절도 그 말의 이미지를 이용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헤릭의 이 시는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자들에게 아름다움을 잃기 전에 때를 놓치지 말고 결혼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좋은 시기를 그냥 보내지 말고 잘 사용하라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장미는 아름다움, 관능, 쾌락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장미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아름다움은 아닙니다. 그것은 한때의 아름다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시들어 버릴 아름다움입니다. 한때의 아름다움, 한창 때의 아름다움인 것입니다. 따라서 장미 봉오리를 모으라는 말은 때를 놓치지 말고 그 때가 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향유하라는 말입니다.

우리 문화에도 카르페 디엠 사상과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 민속 가요에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또는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고 하는 게 있는데 여기에 들어 있는 생각은 카르페 디엠이나 Gather ye rosebuds while ye may라는 말에 들어 있는 생각과 멀지 않습니다. 이 말들은 일견 쾌락주의를 권유하는 말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쾌락에 탐닉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강조점은 “짧은 인생 술마시고 노래하면서 살자”에 있다기보다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너무 미래에만 매어 있지 말고 오늘 누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오늘 누리자”는 자세에 있는 것입니다. “쾌락주의”로 알려진 서양의 에피큐리어니즘(Epicureanism)도 알고 보면 관능적 쾌락을 추구한다기보다 오히려 참다운 덕을 통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철학입니다. 이 철학의 창시자 에피큐로스는 “인생 최고의 것은 도덕이나 절제 등으로 얻어지는 마음의 평정이며,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쾌락이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카프레 디엠 사상은 또한 그 바탕에 죽음에 대한 인식과 두려움이 들어 있습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은 라틴어 성구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을 뒤집어 표현한 말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05년 6월 12일,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게 되었을 때 그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졸업식 연설을 하는 중에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카르페 디엠 사상을 그의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고 했던 시시한 일을 하고 싶을까”,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스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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