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이 글은 인페르노 특집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아르노 강변에서 바디아 교회까지: 조브리스트가 쫓겼던 길을 따라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를 펼치면 먼저 만나는 것은 랭던 교수가 아니라 조브리스트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아르노 강가를 달려 우피치 미술관을 옆에 끼고 골목길로 접어든 후, 바디아 교회에 이르자 그는 더 이상 달아나지 못하고 교회의 첨탑 위로 올라간다. 추격자들은 그에게 아직 시간이 있음을 소리쳐 알리지만 조브리스트는 첨탑에서 뛰어내리고 만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은 피렌체. 이 역사적 도시는 조브리스트가 자신의 필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택한 장소이자 결국은 인류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받아들인 장소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낸 무언가를 과연 이 도시 피렌체의 어딘가에 숨겨둔 것일까? 우선 소설의 “프롤로그”에서 조브리스트가 쫓겨 갔던 길을 따라가 보자.
아르노 강 Arno River (Fiume Arno)
베키오 다리 위에서 본 아르노 강.
조브리스트의 마지막 길은 아르노 강가를 따라 시작된다. 아르노 강은 피렌체를 동서로 가로가르며 이 도시를 남북으로 구분 짓는다. 강을 중심으로 북쪽의 구시가지가 소설의 주 무대이다. 구시가지는 피렌체 역사지구로 두오모를 중심으로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향기를 가득 담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 전체가 1982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참고] 유네스코 안내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피렌체 역사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유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르노 강둑을 따라 비틀거린던 나는…” (Prologue, p. 5. / 역서 1권 13쪽)
조브리스트는 아르노 강을 오른쪽에 두고 이 길을 숨가쁘게 달렸다. 쫓기던 조브리스트가 뒤를 돌아다 보았다면 이 베키오 다리가 보였을 것이다.
조브리스트가 추격자에게 쫓기면서 보았을 거리의 모습. 입구에 조각상이 있는 회색 건물은 우피치 미술관이고, 미술관 위쪽 갈색 건물은 갈릴레오 박물관이다.
“카스텔라니 거리(Via dei Castellani)에서 왼쪽으로 꺾어 북으로 방향을 잡은 뒤…” (Prologue, p. 5. / 역서 1권 13쪽)
강가를 따라 달리던 그는 왼쪽으로 꺾어 북쪽으로 뻗은 역사지구의 좁다란 골목길에 들어선다. 카스텔라니 거리(Via dei Castellani)에 들어서기 전의 풍경이다.
“우피치 미술관이 드리운 그림자 속으로 뛰어든다.” (Prologue, p. 5. / 역서 1권 13쪽)
길 왼쪽의 우피치 미술관 건물이 카스텔라니 거리의 좁은 골목길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조브리스트는 이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카스텔라니 거리뿐만 아니라 구시가 지구의 골목길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이 돌이 깔린 좁은 길들이다.
우피치 미술관의 바사리 통로에서 본 구시가지 골목길의 모습.
우피치 미술관 The Uffizi Gallery (Galleria degli Uffizi)
조브리스트가 추적자에 쫓겨 도망친 경로에 위치한 우피치 미술관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이 미술관은 유럽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피치 미술관의 명성은 아침부터 줄을 서는 관람객의 행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을 미리 예매해 두지 않으면 당일 입장이 불가능한, 피렌체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우치피(Uffizi)는 이탈리아어로 ‘Office’라는 뜻의 말이다. 과거에 메디치가의 행정업무가 이루어지던 사무국 건물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 건물은 1737년에 메디치가의 마지막 상속녀 안나 마리아 루이자의 기증으로 미술관으로 변경되었다. 이곳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미술의 수많은 걸작들이 소장되어 있다. 예술가들에게 막대한 재정적 후원을 하던 메디치가의 건물이었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미술관은 길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궁전 두 개와 이를 잇는 회랑으로 이루어진 ㄷ자형 건물이다. 긴 건물을 따라 잇달아 있는 전시실 안의 회화 컬렉션은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로 이어지는 시기의 많은 걸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우피치 미술관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로드뷰를 통해 그 내부 모습까지 살펴볼 수 있다. 아래 화면의 오른쪽 위에 있는 확장 아이콘을 클릭하면 전체 화면으로 열린다. [구글 지도에서 직접 보기]
[참고] 우피치 미술관 공식사이트
우피치 미술관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구경거리 ‘바사리 통로(Vasari Corrido)’가 있다. 이 통로는 베키오 다리 위쪽으로 베키오 궁전과 피티 궁전을 연결하는 통로인데 1564년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가 메디치가의 코시모 대공의 부탁을 받고 만든 것이다. 대공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두 궁전을 은밀히 오갈 수 있기를 원했다.
우피치 미술관 바사리 통로의 작품들.
바사리 통로에 대해 알고 있던 랭던 교수는 강 남쪽의 보볼리 정원에서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구시가 쪽으로 건너 가기 위해 이 통로를 이용한다. 이 통로에는 수많은 미술 작품들이 복도 벽을 따라 전시되어 있다. 이 통로에 대해서는 랭던의 탈출 경로를 살펴볼 때에 다시 설명할 것이다.
산 피렌체 광장 (Piazza di San Firenze) / 바르젤로 국립발물관 (Museo Nazionale del Bargello) / 바디아 교회 (Badia Fiorentina)
우피치 미술관을 옆에 끼고 카스텔라니 거리로 접어든 조브리스트는 이제 산 피렌체 광장에 들어선다.
“람프레도토와 구운 올리브 냄새가 묻어나는 산 피렌체 광장의 새벽 노점상들 사이를 헤집고 달린다” (Prologue, p. 5. / 역서 1권 14쪽)
사진 왼쪽에 길게 늘어선 노점상들이 보인다. 광장은 건물들 사이의 공터로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다. 광장 끝에는 왼쪽으로 바디아 교회의 첨탑과 오른쪽으로 바르젤로 국립박물관의 종루가 보인다. 두 개의 탑은 두오모에서 시작하는 구시가지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건축물들이다.
“바르젤로 국립박물관을 못 미쳐 길을 건넌 다음 서쪽으로 달린 끝에, 교회의 탑으로 오르는 출입구 철문에…” (Prologue, p. 5. / 역서 1권 14쪽)
사진의 오른쪽이 바르젤로 국립박물관이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사진 왼편으로 바디아 교회가 자리해 있다. 조브리스트는 그를 쫓는 무리를 피해 이 교회의 첨탑까지 도망간다.
조브리스트는 사진 왼쪽 바디아 교회의 첨탑까지 쫓긴다. 그곳이 그의 삶의 종착지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봤을 피렌체 풍경은 어떠했을까. 아마 아래와 비슷한 풍경이었을 듯하다. 사진은 두오모 꼭대기 지붕을 이루는 쿠폴라(Duomo cupola)에서 찍은 것이다.
” . . . 까마득한 발아래, 붉은 기와지붕들이 들녘의 불길처럼 번져 한때 거인들이 거닐었던 아름다운 대지를 비춘다.” (Prologue, p. 6. / 역서 1권 15쪽)
첨탑에서 본 피렌체는 아마도 멀리 앞쪽으로 아르노 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눈 아래로는 자갈 깔린 좁은 길들이 붉은 기와지붕의 건물들 사이에 아름답게 수놓인 도시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조브리스트는 여기서 몇 년간의 도망자의 삶을 마감하기로 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 그가 읊조리는 마지막 기도에서 세상의 몰이해로 희생당하는 영웅적 인물의 최후에서 느껴지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시에너의 말대로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외로움의 끝을 맛본 그에게, 지금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도시, 그가 흠모한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거닐었던 이 도시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나의 선물은 인페르노”라고 읊조리며 그는 교회의 첨탑에서 삶의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딘다. 그의 선물은 인류에게 정말 필요한 구원의 선물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추적자들의 생각대로 인류에게 지옥의 문을 여는 저주의 선물이었을까? 숨겨진 조브리스트의 인페르노를 찾기 위한 랭던의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
조브리스트가 쫓겨 갔던 경로 지도로 보기
아래 지도를 참고해 구글 지도와 스트리트뷰에서 조브리스트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인페르노] 투어: 로버트 랭던이 갔던 길을 따라가 보다
▶ 인페르노 투어 01: 피렌체 아르노 강, 바디아 교회
인페르노 투어 02: 피렌체 포르타 로마나
인페르노 투어 03: 피렌체 보볼리 정원
인페르노 투어 04: 피렌체 바사리 통로, 시뇨리아 광장
인페르노 투어 05: 피렌체 베키오 궁전
인페르노 투어 06: 피렌체 단테 교회와 두오모 광장
인페르노 투어 07: 피렌체 산 조반니 세례당
인페르노 투어 08: 베네치아 대운하
인페르노 투어 09: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인페르노 투어 10: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
인페르노 투어 11: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인페르노 투어 12: 이스탄불의 예레바탄 사라이
인페르노 투어 13: 이스탄불의 스파이스 바자르, 갈라타 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