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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랭던 시리즈 네 번째 작품 [인페르노(Inferno)]가 2013년 5월에 출간되었다. 이 작품도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처럼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해를 넘기면서 잡히는 여러 통계를 보아도 이 시리즈의 인기가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전국지 USA Today에 따르면 2013년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바로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였다. 아마존의 2013년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인페르노]는 6위에 올라 있다. 문학/소설 부문에서만 보자면 단연 1위다. 이 책은 출간과 거의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본이 나왔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이 소설은 현재 베스트셀러 목록의 꽤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할리우드에서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주인공 역으로는 지난 작품에 이어 톰 행크스를 내세웠다. 2016년 가을에 개봉될 예정이다.

2013년 8월 로마공항서점. 인페르노 번역서가 잔뜩 쌓여 있다.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는 킬링 타임용 미스터리 스릴러로 대중을 겨냥한 소설이다. 하지만 그냥 흥미만 주는 소설만은 아니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교양이 될 만한 꽤 쓸모 있는 정보와 지식을 주고 있다. 킬링 타임용 이야기에 얼마간의 유용한 내용을 섞어 넣는 것이 댄 브라운 소설의 기본 전략인 것 같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배경에 등장하는 예술과 문학, 과학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다 진짜다. 독자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상당한 공부를 하는 셈이 된다.

이 소설의 독자는 무엇보다 인류사의 대표적인 고전인 단테의 [신곡]에 대한 교양을 늘릴 수 있다. 유명하기로는 열 손가락 안에 들면서도 읽은 이들은 거의 없는 단테 이야기를 댄 브라운은 현재의 시간을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 플롯에 잘 짜 넣고 있다. 대중소설이 고전문학의 아우라를 이용하는 수법은 물론 영리한 상업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신곡]을 말로만 들어보았을 뿐, 읽을 기회가 없었거나 읽을 기회를 기약할 수 없는 대부분의 독자에게는 이 책의 독서는 자신의 교양 수준을 얼마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발동이 걸리면 [신곡] 자체를 직접 읽게 될 수도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즐기면서 교양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주제도 의미가 있다. 작가는 지금 우리 인류가 인구 과잉으로 멸망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인류는 과연 이 위기에서 스스로를 구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유전공학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해 보고 있다. 그러면서 유전공학의 가능성과 그와 관련된 윤리 문제를 검토한다. 이 문제는 실제로 오늘의 과학계에서 논의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주제와 관련된 논의를 만나고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독서 시간의 보상으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쓸모. 소설을 읽다 보면 절로 역사 공부를 겸한 관광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인류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세 도시, 곧 플로렌스(피렌체), 베니스(베네치아), 이스탄불에 대한 좋은 안내서 구실을 하고 있다. 다른 소설에서도 그랬듯이 댄 브라운은 이 소설에서도 허구로 진행되는 사건의 액션을 제외하고는 이야기 배경이 되는 모든 장소, 그리고 그 장소들과 관련된 역사적 내용을 다 사실에 바탕을 두어 썼다. 몇 가지 오류를 지적받긴 했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신뢰할 만하다. 허구를 읽는 일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도 이 소설의 독서가 괜찮은 역사 기행을 읽는 일이 된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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