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의 능선은 부드럽습니다. 둔덕은 완만합니다. 그 선과 둔덕이 소의 등처럼, 어깨처럼, 가슴처럼 느껴집니다. 언덕은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그 너머의 무엇이 우리를 부르는 듯합니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이 궁금합니다.
언덕을 바라보는 일, 언덕에 오르는 일은 늘 설렙니다. 우리는 언덕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 너머를 바라봅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을 바라봅니다.
이제 그러한 언덕은 우리들의 마음 속만에만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언덕이 있는 곳을 멀리 떠나 높이 솟은 빌딩들 사이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도시 변두리에 남아 있던 언덕에는 풀과 나무들이 사라지고 집들이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주변에서 소의 등과 어깨 같은 언덕의 능선을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언덕을 보고 싶어 올림픽공원을 찾았습니다. 옛 한성백제의 몽촌토성 터에 만들어진 올림픽공원에는 옛 땅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어 언덕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 너머에서 우리의 마음 설레게 하는 것들은 이제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언덕들의 부드러운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올림픽공원의 가장 높은 언덕에 오르면 눈 아래 높이 솟은 빌딩의 숲이 보입니다. 지나가던 젊은이들이 자기들끼리 이렇게 말합니다. “야. 저거 봐. 뭐 같아 보여?” “사우론의 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