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쪽으로 건다면 – 대세
안쪽으로 건다면 – 소수파
“두루마리 휴지를 거는 방향이라니, 이런 것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방향을 인지하고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각자 오랜 세월 수천 번 반복한 것이기에, 굉장히 사소한 차이임에도 쉽게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가 사용하는 것과 다른 방향이면 어색해서 왜 반대 방향이 편하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요. 중간이 없으므로 타협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지요. 사실 타협할 필요도 없습니다. 불편한 환경에 맞닥뜨려도 바로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끼우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것은 한국인만의 고민은 아닌 듯합니다. 구글에서 ‘toilet paper orientation’을 (화장실 휴지 방향) 검색하면 어마어마한 결과가 쏟아져 나옵니다.
각 방향을 선호하는 나름의 이유도 있습니다. 바깥쪽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편리하다. 휴지 끝이 가까이 있어 쉽게 잡아 사용할 수 있다.
- 청결하다. 벽에 있는 오염 물질이 휴지에 닿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 뽀송뽀송하다. 안쪽으로 걸면 화장실 벽에 습기가 찼을 때 휴지가 벽에 달라붙거나 눅눅해진다.
- 경제적이다. 안쪽으로 걸면 끊는 곳이 멀리 있어서 휴지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 제조사에서 바깥으로 걸라는 것 같다. 휴지에 있는 무늬가 바깥쪽으로 걸었을 때 제 방향이다.
- 우리 집은 매립형 휴지걸이다. 바깥쪽으로 걸어야 사용이 편리하다.
- 휴지걸이 덮개가 있다. 바깥쪽으로 걸어야 휴지를 끊기가 쉽다.
바깥쪽을 선호하는 이유는 각각의 근거가 나름 탄탄해 보입니다. 그래서 휴지 방향 논쟁을 다루는 글에서는 바깥쪽으로 거는 것이 맞다고 하거나 (right) 좋다고 (good) 하는 마무리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호텔과 같이 휴지를 자체적으로 ‘관리’해주는 곳에서는 항상 휴지가 바깥쪽으로 걸려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점검을 마쳤다는 표시로 휴지를 접어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휴지 끝을 접어두지 않는 호텔 체인이라도, 바깥쪽으로 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휴지는 바깥 쪽으로 걸어두라는 규정도 있을 법합니다.
그에 비해 안쪽을 선호하는 이유는 약간은 소소하고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 깔끔해 보인다. 꾸깃꾸깃하게 잘린 면이 보이지 않아 더 깔끔하다.
- 안정적이다. 휴지심에 휴지가 감겨 있는 모양대로 휴지를 풀어 사용하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 동물을 키운다. 안쪽으로 걸어두어야 동물이 휴지를 풀어헤치는 것을 방지하기 쉽다.
그렇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처음 휴지 거는 방향을 정할 때 청결도, 경제성 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은 아니지요. 사실 이것은 단순히 습관에 의해 축적된 익숙함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언가를 선호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함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지요. 휴지 거는 방향은 각 화장실의 변기와 휴지걸이의 위치에 따라 적합한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한 환경에서 언젠가 고정된 휴지 거는 방향이 각자의 ‘취향’이 되어서 이 방향이 바뀌면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안쪽으로 걸고 사용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어느 화장실을 가든 안쪽으로 걸려 있는 휴지를 더 편하게 느끼는 것이지요. 사실 휴지 거는 방향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인지해보지 않은 사람이 가장 많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향으로 휴지를 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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