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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은 인페르노 특집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마키아벨리 길, 포르타 로마나: 랭던, 피렌체의 병원에서 깨어나 킬러와 경찰에 쫓기다

새벽. 하버드 대학의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은 이상한 환상에 시달리다가 낯선 병원에서 깨어난다. 자기가 왜 그곳에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창밖을 내다본 그는 그곳이 보스턴이 아님을 알고 깜짝 놀란다.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중세의 건물은 그가 잘 아는 도시의 건물이다.

[인페르노]의 액션은 그렇게 시작한다.


 

피렌체 Firenze / Florence

피렌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이다. 단테, 미켈란제로, 레오나르도, 보티첼리, 바사리 등 기라성 같은 문학과 예술의 거장들이 활약했던 곳. 구시가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과거에는 피렌체 공화국의 수도였다가 오늘의 이탈리아에서는 토스카나주의 주도(州都)이다.

피렌체가 댄 브라운 [인페르노]의 배경이 된 것은 소설의 중심 인물인 조브리스트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장소이기 때문이다. 피렌체는 14세기에 참혹한 흑사병을 경험하였다가 15세기에 들어서 르네상스의 찬란한 꽃을 피운다. 조브리스트는 이 도시를 죽음과 재탄생을 상징하는 곳으로 본다. 그는 인류가 인구문제로 멸망하지 않으려면 피렌체처럼 일종의 죽음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테가 쓴 [신곡]은 그에게 죽음과 재탄생을 위한 적절한 비유를 제공해 준다.

피렌체의 영어 이름은 Florence, 불어로도 Florence, 독일어로는 Florenz, 스페인어로는 Florencia이다. 모두 “개화(blooming 開花)”를 뜻하는 라틴어 Florentia에서 나왔다. 로마 시대에 이곳을 꽃의 도시(Colonia Florentia)라고 불렀던 것이 그 유래다. 이 도시에는 꽃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건축물이 여럿 있다. 피렌체의 대성당인 두오모도 정식 이름은 “꽃의 성모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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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duleleonfirenze.it]

병원 창 밖으로 피렌체의 대표적인 건물들이 내다보인다. 왼쪽의 첨탑이 베키오 궁, 오른쪽 붉은 돔 건물이 피렌체 대성당인 두오모, 그 왼쪽에 높은 기둥처럼 솟아 있는 회색 건물이 조토의 종탑이다. 조토의 종탑과 두오모의 돔 사이에 보이는 뾰족한 첨탑은 바디아 교회의 첨탑이다.

소설의 설명만으로는 랭던이 깨어난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 알 수 없다. 허구의 병원일 수 있다. 어떤 안내서에서는 이 병원이 산 조반니 디 디오 병원(San Giovanni di Dio Hospital), 또는 토레갈리 피렌체 병원(Torregalli Florence Hospital)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믿을 수 없다(A Guide to Florence per Dan Brown’s Inferno). 산 조반니 디 디오 병원은 피렌체 남쪽 외곽에 있다 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산 조반니 디 디오 병원. 랭던이 깨어난 병원이 이 병원이라는 건 일부 독자들의 추정일 뿐이다.

병원에 들이닥친 정체 불명의 여성 킬러가 총격을 가해 오자 랭던을 치료하던 여의사가 그를 데리고 병원을 탈출하여 자신의 아파트로 데리고 간다. 이 소설에서 끝까지 랭던을 동행하게 되는 시에나와의 관계는 이렇게 시작된다.


 

피렌체의 예술

시에나의 아파트 창문으로도 조토의 종탑, 바디아 교회, 바르젤로, 두오모 등이 보인다. 이 건물들은 피렌체의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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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italia.it“어린 시절 미켈란젤로가 골목길을 뛰놀던 이 도시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발상지이기도 했다.” (Chapter 7, p. 33 / 역서 1권 56쪽)

이탈리아 예술의 열열한 애호가인 랭던에게 피렌체는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의 하나다. 랭던은 자신이 피렌체에 있음을 새삼 깨달으며 이 도시에서 보았던 위대한 작품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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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위키미디어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 보티첼리가 메디치가의 부탁을 받고 그린 그림.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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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위키미디어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수태고지(Annunciation)>.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David)>.

“미켈란젤로는 다비드가 오른쪽 다리에 대부분의 체중을 실은 듯한 환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콘트라포스트’라는 고전적인 전통을 채택했다.” (Chapter 7, p. 34. / 역서 56-57쪽) 랭던은 10대에 이 조각상을 처음 보았던 때 최면에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한다. 이 조각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다.


 

피오렌티나 호텔 Pensione la Fiorentina

랭던은 자신의 위치를 묻는 영사관 직원에게 길 건너편의 호텔 이름을 댄다. 이 호텔 이름은 작가가 지어낸 것이다.


 

인페르노 메시지: 환각 속에 나타나던 이미지들을 바이오튜브에서 확인한다

랭던은 자신의 재킷 안감 속에서 이상한 바이오튜브를 발견한다. 그는 환각으로 자기를 괴롭히던 이미지들이 모두 거기에서 비롯했음을 알게 된다. 사람을 잡아먹는 사탄의 그림과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가 거기에 있었다. 또 <지옥의 지도>에 덧 쓰여진 글자와 덧 그려진 그림이 있다. 흑사병 마스크의 그림, CATRIVACER라는 글자, “진실은 오로지 죽음의 눈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말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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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튜브의 원통 인장에 그려져 있는, 사람을 잡아먹는 머리 셋 달린 사탄.
이 이미지는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 내벽에 그려진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의 <최후의 심판>에서 지옥을 묘사하는 부분의 이미지와 동일하다.

랭던이 튜브를 흔드니 하나의 영상이 튀어 나온다. 르네상스의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지옥의 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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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위키미디어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지옥의 지도(La Mappa dell’ Inferno)>.

보티첼리의 이 그림은 단테의 [인페르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지옥이 깔때기 형태의 지하 세계로 묘사되어 있다. 아홉 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지옥의 구렁텅이에 죄인들이 죄의 깊이에 따라 배치된다. 이 그림을 보고 “랭던은 . . . 낯선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이후 처음으로 퍼즐 조각 하나가 제자리를 찾아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Chapter 14, p. 62. / 역서 1권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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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던은 “악의 구렁”인 말레볼제(Malebolge)를 그린 부분에서 땅에 거꾸로 처박힌 사람들의 다리에 이상한 글자들이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글자를 조합하니 CATRIVACER가 된다. 땅에 거꾸로 처박힌 사람의 다리는 랭던의 환각에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나타나던 이미지였는데 이 이미지는 단테의 [인페르노] 19곡에 나오는 묘사와 관계가 있다. 위의 삽화는 단테 작품 삽화가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82-1883)가 그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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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위키미디어“흑사병 의사(plague doctor).”

흑사병 감염자를 치료하는 중세의 의사들은 병원균과 자신의 코 사이에 최대한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새처럼 긴 부리를 단 가면을 썼다. 랭던은 <지옥의 지도>에서 이 흑사병 의사의 그림을 발견한다. 누군가 그려넣은 것이다. (Chapter 15, p. 66. / 역서 1권 109쪽) 피렌체와 베네치아에 가 보면 흑사병 의사의 가면을 기념품으로 파는 가게들이 많다.

바이오튜브가 보여주는 이미지들과 그곳에 쓰여 있는 수수께끼 같은 말들의 의미를 해독하는 일이 기호학 교수인 랭던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된다.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는 랭던이 그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다. 랭던은 얼굴을 가린 은발의 여인이 “구하라. 그러면 찾을 것이다.”라고 하는 말이 자신에게 주어진 이 과제와 관계가 있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길 Viale Niccolò Machiavelli 

랭던과 시에나는 그들을 추적해 온 일단의 군인들을 피해 아파트를 탈출한다. 그들은 시에나의 트라이크(세 바퀴 오토바이)을 타고 피렌체의 옛 도심으로 향한다. 랭던은 옛 도심에 수수께끼 같은 글과 이미지를 해독할 단서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들이 택한 길은 니콜로 마키아벨리 길. 이 가로수 길은 피렌체의 도로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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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트리트 뷰 캡처] “무성한 낙엽수와 산울타리가 에워싸고 있어…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Chapter 18, p.79. / 역서 1권 130쪽) [구글 스트리트뷰 보기]

마키아벨리 길의 끝은 포르타 로마나 성문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만나게 되어 있다. 저 멀리 포르타 로마나 성문 앞의 로터리가 보인다.


 

포르타 로마나 Porta Romana

포르타 로마나는 1326년에 축조된 옛 성문으로 피렌체를 드나들기 위해서는 이 성문을 지나야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도시 외곽의 성벽은 수 세기 전에 파괴되었지만, 포르타 로마나는 아직 건재하다.

“포르타 로마나(Porta Romana)”란 “로마의 문”이라는 뜻의 말이다.

랭던 일행은 포르타 로마나가 경찰 검문에 막혀 있음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트라이크에서 내려 급히 근처 공사장의 간이변소로 숨는다. 랭던은 검문자들이 이탈리아 헌병대 병력임을 알고 국가가 왜 그를 추격하고 살해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 성문 앞에서 여섯 개의 주요 도로가 만나 로터리를 이루고 잔디를 심어놓은 분리대에는 머리에 커다란 꾸러미를 이고 도시를 떠나는 여인의 모습을 묘사한 피스톨레토의 조각 작품이 우뚝 서 있다.” (Chapter 20, p. 89 / 역서 1권 146쪽)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 1933 – )는 현대 이탈리아 화가. 때로 조각도 했다. <Dietro-Front(뒤로 돌아)>라는 제목으로 1984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작품이 가진 의미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구글 스트리트뷰 보기]

랭던은 보볼리 정원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들키지 않고 피티 궁까지 갈 수 있고, 피티 궁까지 가면 강을 건너 옛 도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 사진에서 관광객이 출입할 수 있는 보볼리 정원의 입구는 포르타 로마나 오른쪽 성벽에 있는 철문이다.

보볼리 정원 오른쪽에는 피렌체 미술전문학교가 담장을 사이에 두고 공원과 맞닿아 있다. 위 사진 오른쪽에 나무가 우거진 곳이 미술전문학교의 입구이다. 랭던 일행은 길 잃은 관광객 행세를 하며 학생들 무리에 섞여 미술전문학교 안으로 들어선다.

“미술 전문학교 진입로는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장관을 자랑했다. 길 양쪽으로 커다란 참나무 가지들이 아치처럼 드리워 멀리 보이는 건물을 어렴풋이 가리고 있었다.” (Chapter 21. p. 95. / 역서 1권 156쪽)


 

피렌체 미술전문학교 Istituto statale d’arte di Firenze

“지금은 젊은 미술학교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곳이 되었지만, 본래 이곳은 메디치 가문의 말을 관리하던 마구간이었다. 한적한 이 땅이 마구간 부지로 선정된 것은 피렌체의 가장 아름다운 승마장 보볼리 정원의 근처라는 점 때문이다.” (Chapter 21, p. 96. / 역서 1권 158쪽)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고색창연한 연노랑 건물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Chapter 21. p. 95. / 역서 1권 156쪽)

랭던과 시엔나는 이 미술전문학교의 담장 어딘가에 보볼리 정원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주차장 옆 헛간 뒤에서 발판을 딛고 지붕에 올라가면 담 건너편으로 뛰어내릴 수 있다고 말해준다.

미술전문학교의 담장. 저 담장을 넘으면 보볼리 공원이다.


 

랭던과 시에나의 이른 아침 이동 경로를 한눈에 보기: 마키아벨리 거리를 따라 포르타 로마나까지


 

[인페르노] 투어: 로버트 랭던이 갔던 길을 따라가 보다

인페르노 투어 01: 피렌체 아르노 강, 바디아 교회
 인페르노 투어 02: 피렌체 포르타 로마나
인페르노 투어 03: 피렌체 보볼리 정원
인페르노 투어 04: 피렌체 바사리 통로, 시뇨리아 광장
인페르노 투어 05: 피렌체 베키오 궁전
인페르노 투어 06: 피렌체 단테 교회와 두오모 광장
인페르노 투어 07: 피렌체 산 조반니 세례당
인페르노 투어 08: 베네치아 대운하
인페르노 투어 09: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인페르노 투어 10: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
인페르노 투어 11: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인페르노 투어 12: 이스탄불의 예레바탄 사라이
인페르노 투어 13: 이스탄불의 스파이스 바자르, 갈라타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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