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참고] 이 글은 인페르노 특집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산 마르코 성당: 거룩한 지혜의 무세이온은 다른 나라에 있음을 깨닫다

산 마르코 대성당까지 왔지만 랭던은 말들의 머리를 자른 베네치아 총독이 누구였는지 알아낼 길이 없다.


 

산 마르코 대성당 Basilica San Marco / St. Mark’s Basilica

랭던은 조브리스트가 가리킨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성당은 유럽 최고의 비잔틴 양식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압적이면서도 세속적인 느낌이 강하다. 꼭대기에 다섯 개의 하얀 돔이 얹혀져 있어 이 대성당을 머랭 얹은 웨딩 케이크에 비유하는 안내책자들도 있다.

“. . . 기둥과 아치, 육중한 청동 문을 거느린 입구가 자그마치 다섯 개나 건물의 아랫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Chapter 71, pp. 314-315. / 역서 2권 143쪽)

건물 한복판의 제일 높은 곳에서는 산 마르코의 조각상이 자신의 이름을 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그의 발은 밤하늘을 상징하는 암청색 바탕에 노란 별들이 그려진 아치 위에 얹혀 있다. 이 현란한 배경 앞에 베네치아의 마스코트라 할 황금빛 날개 달린 사자가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Chapter 71, p. 315. / 역서 2권 143쪽)


 

산 마르코의 말들 The Horses of St. Mark

산 마르코 대성당이 자랑하는 최고의 보물은 아마도 중앙의 문 위에 있는 거대한 구리 종마 네 필일 것이다.

“당장이라도 광장으로 뛰쳐 내려올 것만 같은 이 네 마리의 말은 . . . 십자군 원정 때 콘스탄티노플에서 약탈해 온 것이었다.” (Chapter 71, p. 315. / 역서 2권 143쪽)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산 마르코의 말들은 랭던에게 단테의 데드마스크에 쓰인 시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할 하나의 기억을 떠올려 준다. 이 말들은 역사상 가장 여러 차례 도난당한 수난의 예술품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연유로 이 말들은 그리스에서 콘스탄티노플로, 그곳에서 베네치아로, 그런 다음 파리로, 그런 다음 다시 베네치아로 옮겨진 사연이 있다.

이 말들은 십자군 원정 당시 콘스탄틴노플에서 베네치아로 옮겨질 때 수송의 편의를 위해 머리를 잘랐다가 다시 붙였는데 그 흔적을 감추기 위해 나중에 말들의 목에 장식 띠를 둘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성당 중앙문의 위에 장식된 이 네 필의 청동말은 진품이 아니고 모사품이다. 진품은 대성당 안에 보관되어 있다.


 

네 황제 상 The Tetrarchs

대성당의 남서쪽 모퉁이에는 또 하나의 약탈품인 “네 황제 상(The Tetrachs)”이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이 조각상은 13세기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약탈해 올 때 한쪽 발이 떨어져 분실되었다. 1960년대에 이스탄불에서 기적처럼 분실된 이 발이 발굴되었다. 베네치아에서 그 발을 달라고 요구하자 터키 정부는 요구를 일축했다고 한다. (Chapter 71, p. 315. / 역서 2권 143-144쪽)

이 조각상은 서기 300년 경 동로마와 서로마를 통치했던 네 명의 로마 황제의 상이다. 황제 개인들의 특성을 묘사했다기보다 공동 통치의 개념을 표현한 조각이라고 한다.


 

베네치아 가면들 Venetian masks

랭던에게 베네치아 가면들을 파는 집시 여인이 다가와 가면을 사라고 권한다. 랭던은 그 가면들 가운데 흑사병 의사 가면이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다.

위 사진은 산 마르코 광장 입구에서 가면을 파는 노점을 찍은 것이다. 베네치아 가면들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 볼토 인테로(Volto intero) – 축제 때 여자들이 주로 쓰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하얀 가면.
  • 콜롬비나(Colombina) – 얼굴 윗부분만 가리는 가면. 금, 은, 수정, 깃털 장식이 요란하다.
  • 바우타(Bauta) – 얼굴 전체를 가리는 금도금 가면. 턱이 삼각형 모양이다.
  • 모레토(Moretta) – 끈이 달리지 않은 조그만 타원형의 검은 벨벳 가면. 눈구멍이 크고 입술과 입은 없다. 귀부인이 착용.
  • 흑사병 의사(Medico della peste / The Plague Doctor) – 흑사병 의사들이 착용했던 가면. 요즘엔 화려하게 장식하여 축제에서도 착용한다.

그밖에 판탈로네(Pantalone), 아를로키네(Arlecchino), 자니(Zanni) 등의 유형이 있다.

“볼토 인테로” 가면의 한 종류. “볼토 인테로(volto intero)”란 “얼굴 전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volto = 얼굴 intero = 전체.

화려한 장식의 흑사병 의사 가면.


 

산 마르코 대성안 안 Basilica San Marco

2013년 여행에서 우리는 대성당 안을 들어가 보지 못했다. 가방을 가진 사람은 입장시키지 않았다. 큰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던 우리는 당연히 입장이 거부되었다. 가방을 맡길 데도 없고 하여 우리는 대성당 안의 구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래의 사진들은 우리가 찍은 사진들이 아니고 위키미디어의 것을 이용한 것이다. Thanks to Wikimedia!

랭던은 대성당 안에 들어가 이 “황금 성당”이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를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황금 성당은 실내의 박판이 수백만 개에 달하는 고대의 황금 타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공기 속에 떠도는 먼지 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미세한 금가루로 이루어져 있다.” (Chapter 74, p. 323. / 역서 2권 156쪽)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대성당의 제단. 제단 장식은 “팔라 도로(Pala d’Oro)”라고 일컬어지는데 “황금의 천”이라는 뜻이다. 1,300여 개의 진주, 400개의 석류석, 300개의 사파이어, 그밖에 에메랄드와 자수정, 루비 등으로 이루어진 이 장식은 산 마르코의 말들과 함께 베네치아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hapter 74, p. 323. / 역서 2권 158쪽) 랭던은 이곳이 조브리스트의 시에 나오는 “금박 입힌 거룩한 지혜의 무세이온”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출처: 위키미디어대성당 안에 보존되어 있는 산 마르코의 말들 진품.


 

종이의 문 The Paper Door

대성당 2층에 있던 랭던과 시에나는 아래층에 군인들이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대성당과 총독 궁전을 연결하는 별관 쪽으로 달려간다. 예전에 총독이 백성들에게 고지할 칙령을 이곳에 내붙여서 지금도 “종이의 문”이라 불리는 곳이다.

돔 지붕이 있는 왼쪽의 대성당과 오른쪽의 총동 궁전 사이를 잇고 있는 “종이의 문”을 광장에서 바라본 것.

대성당 안으로 군인들이 들어닥치자 랭던과 시에나는 성당의 일층으로 내려가 성 마르코의 묘소가 있는 지하실까지 간다. 그는 박물관 관장을 통해 조브리스트의 시가 암시하는 베네치아 총독이 엔리코 단돌로임을 알아내기는 했지만 그의 묘소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박물관 관장이 즉각 그 장소를 대지 못한 것으로 보아 산 마르코 성당이나 총독궁 가까운 곳은 아니라고 짐작할 뿐이다.

Interior view of St Mark’s Basilica (Basilica di San Marco), Venice. The crypt, 11th century. Byzantine Architecture. St Mark’s Basilica, Venice, Italy.

[사진 출처: superstock.com]  산 마르코의 지하실(the crypt of St. Mark’s). 아직도 산 마르코 유골 앞에서 정기적으로 미사를 드리는 공간이다. (Chapter 75, p. 332. / 역서 2권 170쪽)

 [사진 출처: flickr.com“영원한 빛”이라는 뜻의 “룩스 에테르나(the lux eterna).” 지하실 한복판에 자리한 산 마르코의 무덤 위에 하루 24시간 내내 전등이 켜져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Chapter 75, p. 332. / 역서 2권 170쪽)

탈출구를 찾다가 무언가에 부딪쳐 넘어진 랭던은 우연히 지하실 바닥에 새겨진 산 마르코의 라틴어 이름을 보게 된다. 그걸 본 순간 그들이 찾는 총독의 라틴어 이름이 떠오른다. 게다가 그 총독의 묘소에 가 본 적이 있다는 사실도 생각난다. 그 묘소는 베네치아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었다.

지하실에 군인들이 들어닥치는 소리가 들리자 랭던은 시에나를 지하실 채광정으로 밀어 올려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땅에 올라선 시에나가 랭던을 끌어올리려 손을 뻗어보지만 랭던은 쫓아온 군인들의 손에 붙잡히고 만다. 시에나는 마음 속으로 랭던에게 용서를 빌며 그곳을 떠나 군중 속에 섞인다. 곧 그녀는 좁은 골목길을 달려가 베네치아의 중심부로 사라진다.

군인들에 붙잡힌 랭던은 엘리자베스 신스키에게 인도된다. 이탈리아에서의 액션은 여기에서 끝나고 랭던은 신스키 박사와 함께 헨리쿠스 단돌로의 묘소를 찾아 터키의 이스탄불로 이동하게 된다.


 

베네치아의 골목들

시에나는 군인들에게 붙잡힌 랭던과 헤어진 뒤 베네치아의 골목을 내달린다. 그녀에게 베네치아는 낯선 곳이 아니었다.

베네치아 중심부에는 이런 비좁은 골목길들이 많다.

골목마다 길의 이름을 적은 표지판이 붙어 있지만 초행자들은 이 표지판만으로 길을 찾기는 어렵다.

베네치아 골목길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면 가게.

곳곳에 혈관처럼 뻗어 있는 좁은 수로들.

리알토 다리 입구의 시장통. 시에나는 이 다리 위의 관광객들 사이를 헤치고 물가 산책로룰 따라 달린다.

[베네치아 골목길을 헤메 본 우리의 소감]

베네치아의 거리는 미로다. 거리가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방사선 모양도 아니다. 사전 계획이라고는 전혀 없이 그냥 자연 발생적으로 집들이 들어차서 거리가 형성된 듯하다. 거리는 골목에서 골목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데…. 처음 가보는 사람은 틀림없이 5분 안에 길을 잃는다. 모든 골목이 이름과 함께 나와 있는 상세지도를 지니지 않았다면 안내자 없이 돌아나닐 생각을 말아야 한다. 지도 상으로 200미터밖에 안 되는 음식점을 엉성한 지도로 찾느라고 30분 이상을 헤맸다. 프라리 교회도 지도상으로는 뻔했는데 결국 제대로 찾아가지 못했다. 교회의 높은 지붕이 눈앞에 보이는 데도 그곳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한참 만에 교회의 옆구리를 지나갈 수 있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교회의 정면으로 가고 싶었으나 엉성한 지도로는 정면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고 그때쯤에는 너무 피곤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주 가까운 곳일 경우 알려주기는 한다. “세 개의 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간 다음 오른쪽으로 . . .” 라는 식으로 말해주는데 가다가 길이 복잡하여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지도상의 직선 거리로 아무리 가까워도 알려주기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꼬부랑꼬부랑 골목길을 다 가르쳐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우리네처럼 “두 블럭 가서 오른쪽으로 돌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세 개 건너 왼쪽으로 돈 다음….. “이라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거리의 블록이라는 것이 없고 골목과 함께 곤돌라가 다니는 좁은 운하들이 도시 구석구석으로 나 있기 때문에 그 위에 난 다리들이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는 것이다.

첨언: 베네치아 골목길에서 구글지도를 이용해 보기도 했다. 구글지도의 GPS 기능을 네비게이터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1) GPS의 위치 표시는 몇 십 미터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큰 도로들이 많은 도시에서는 이 오차가 큰 문제가 안 되지만 베네치아처럼 좁은 골목들이 꼬불꼬불 이어진 곳에서는 이 오차 범위가 위치 확인을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다. (2) 구글의 장소 찾기가 다 정확한 건 아니다. 유명한 식당의 위치를 엉뚱한 곳에 표시해 놓아서 그걸 보고 찾느라고 30분 이상을 헤매기도 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구글지도가 틀렸다는 걸 알았다. 한국에서도 운전하면서 네비 따라가다가 엉뚱한 곳을 갔던 경험이 있는데 구글도 믿을 게 못 된다. 구글은 피렌체의 단테 교회도 찾아주지 못했다. 하기야 구글이라고 해서 세계 구석구석의 위치 정보를 다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결국은 그것도 사람의 수작업일 텐데. . .


 

베네치아에서의 이동 경로를 한눈에 보기


 

[인페르노] 투어: 로버트 랭던이 갔던 길을 따라가 보다

인페르노 투어 01: 피렌체 아르노 강, 바디아 교회
인페르노 투어 02: 피렌체 포르타 로마나
인페르노 투어 03: 피렌체 보볼리 정원
인페르노 투어 04: 피렌체 바사리 통로, 시뇨리아 광장
인페르노 투어 05: 피렌체 베키오 궁전
인페르노 투어 06: 피렌체 단테 교회와 두오모 광장
인페르노 투어 07: 피렌체 산 조반니 세례당
인페르노 투어 08: 베네치아 대운하
인페르노 투어 09: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인페르노 투어 10: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
인페르노 투어 11: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인페르노 투어 12: 이스탄불의 예레바탄 사라이
인페르노 투어 13: 이스탄불의 스파이스 바자르, 갈라타 다리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