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이 글은 인페르노 특집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보볼리 정원: 추격자들을 피해 공원으로 숨어들어
랭던이 가려는 곳은 강 건너 베키오 궁이다. 그곳에 조르조 바사리의 유명한 벽화 <마르시아노 전투>가 걸려 있다. 베키오 궁에 가서 그 그림을 보면 수수께끼가 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거기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일이다.
보볼리 정원 Giardini di Boboli / The Boboli Gardens
랭던과 시에나는 미술 전문학교 담장을 넘어 보볼리 정원 남쪽 끝의 조그만 숲 가장자리 공터에 뛰어내린다.
미술 전문학교를 이웃하고 있는 정원 남쪽 끝.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돌멩이가 깔린 오솔길이 나 있고 대리석 조각들이 군데군데 서 있다.
보볼리 정원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심 공원이다. 아마나티(Bartolomeo Ammananti)와 부온탈렌티(Bernardo Buontalenti) 등의 건축가들이 설계한 정원으로 대공 시대의 수많은 조각들과 분수들이 이곳에 가득하다. 정원 전체가 하나의 옥외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보볼리 정원의 입구는 (1) 피티 광장, (2) 로마나 거리, (3) 포르타 로마나 광장 등 세 군데에 있다. 오전 8시 15분부터 해질녘까지 문을 여는데 매달 첫 주와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열지 않는다.
[참고: 보볼리 정원] 구글 스트리트뷰로 보볼리 가든의 virtual tour가 가능하다. 크게 보기
이솔로토 The Isolotto
랭던 일행은 여러 갈래의 오솔길이 교차하는 탁 트인 광장의 나무 밑에 이르러 왼쪽으로 저 멀리에 있는 타원형의 연못을 본다.
연못의 복판에 조그만 섬이 있고 이 섬은 레몬 나무와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 섬이 “이솔로토”라 불리는데 “작은 섬”이라는 뜻이다. 위 사진은 이솔로토를 왼쪽에서 보지 않고 1시 방향으로 본 것이다.
이솔로토의 조각상.
뒷쪽에서 본 이솔로토.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랭던은 물속에 반쯤 잠긴 말을 탄 페르세우스 조각상을 본다. 그런데 이 조각상은 2013년 8월 우리가 그곳을 갔을 때는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6월에 이 조각상을 찍은 사진이 분명히 있었다. 몇 달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듯하다.
비오톨로네 The Viottolone
보볼리 정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앙로. “비오톨로네”라고 부른다. 길 양편으로 400년 묵은 늘씬한 삼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랭던과 시에나는 정원을 빠져 나가는 길을 찾던 중, 2차선 도로와 맞먹는 너비로 뻗어 있는 비오톨로네를 지나간다. 이 길은 툭 트여서 숨을 데가 없다.
체르키아타 La Cerchiata
랭던과 시에나는 무인 헬리콥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비오톨로네로 가지 않고 좁다란 오솔길을 택한다. 이 오솔길은 관목이 아치 모양으로 터널처럼 에워싸고 있어 ‘체르키아타’ (원형의, 고리 모양의)라고 불린다. 체르키아타에서는 나무가 하늘을 가려주어 랭던과 시엔나가 무인 헬리콥터에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양쪽의 너도밤나무는 1600년대부터 길 안쪽으로 굽어지도록 세심하게 길러진 것이다.
너도밤나무 터널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여름 여행의 시원한 휴식처가 되어 주기도 한다.
스톨도 로렌치의 넵튠 청동상 Stoldo Lorenzi’s Neptune
체르키아타의 나무 터널을 빠져나온 랭던 일행의 눈앞에 6미터도 넘는 물줄기를 뿜어 올리고 있는 분수가 나타난다. 보볼리 정원의 가장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이다.
분수에는 16세기 조각가 스톨도 로렌치(Stolodo Lorenzi)가 1565년에 만든 넵튠 청동상이 삼지창을 움켜쥐고 서 있다. 이 청동상을 현지 사람들이 무례하게 ‘포크 분수’라고도 부른다는 댄 브라운의 설명이 재미있다.
분수가 있는 연못 근처에서 보면 피티 궁의 위압적인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전통적인 궁전은 사람들이 올려다 볼 수 있도록 평지보다 높은 곳에 짓는데 피티 궁은 아르노 강 근처의 나지막한 계곡에 지어 보볼리 정원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연못 근처에서 내려다 본 피티 궁
보볼리 원형경기장 the Boboli Amphitheatre
피티 궁을 향해 랭던과 시엔나는 내리막길을 뛰다시피 내려간다. 도중에 그들은 보볼리 원형극장을 지난다.
언덕 측변에 말발굽처럼 들어앉아 있는 원형극장이다. 역사상 최초의 오페라가 공연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피티 궁 쪽에서 보면 아래 사진처럼 원형 모양이 눈에 잘 들어온다.
람세스 2세의 오벨리스크가 원형극장 가운데에 서 있다. 이것은 피티 궁 쪽에서 원형극정 쪽을 바라보고 찍은 것이다.
랭던이 다른 데로 치워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오벨리스크 앞의 로마 시대 석조 수반.
피티 궁 Palazzo Pitti / the Pitti Palace
궁전의 정문으로 나가기 위해 랭던 일행은 계속 움직인다. 원형경기장에서 본 피티 궁은 뒷면이고 정문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아래쪽으로 난 좁은 터널을 지나 안뜰로 내려서야 한다.
피티 궁 정문으로 나가는 좁은 터널.
밖에서 본 피티 궁 정면 모습. 이곳 광장(Piazza dei Pitti)에는 랭던과 시에나를 추적하는 경찰 무리가 와 있다.
피티 궁 쪽에서 본 광장 모습.
경찰차를 발견한 랭던과 시에나는 정문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로 달아난다. 그리고 궁전 반대쪽과 맞닿은 다른 언덕으로 내려가 오솔길로 도망간다. 오솔길로 접어들며 그들은 두오모의 돔과 조토의 종탑과 베키오 궁전 첨탑이 만드는 옛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본다.
옛 도심의 스카이라인. “붉은 타일의 두오모의 돔, 초록색과 빨강, 흰색이 섞인 조토 종탑…베키오 궁전에 딸린 첨탑이 보이는가 싶더니… “
피렌체 도심 풍경이 담벼락에 가려지고 언덕 밑까지 다 내려온 랭던은 망설임도 없이 왼쪽의 널따란 안뜰로 들어선다.
그런데 이 텅 빈 안뜰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직원용 주차장처럼 보였다.
커다란 산울타리에 몸을 숨긴다. 안뜰은 사방이 최소한 3층 높이의 담장으로 에워싸여 있었다. 랭던은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산울타리에 몸을 숨겼던 것 같다.
정면으로 보이는 벽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우묵한 벽감 속에 뚱뚱한 난쟁이 조각상이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것은 “바커스 분수(the Fountain of Bacchus)”라고 불리는 것인데 코시모 1세가 아꼈던 궁중 난쟁이 브라치오 디 바르톨로(Braccio Bartolo)를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이 뚱뚱한 난쟁이는 술에 취한 채 벌거벗고 거북 등에 앉아 있다.
두 사람은 오른쪽 방향으로 나 있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 사진은 랭던과 시에나가 오는 계단을 마주보고 찍은 것이다. 맞은 편에 보이는 건물이 피티 궁의 일부이고 계단 위 오른쪽 나무가 있는 벽에 뚱보 난쟁이 분수가 있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이 길 끝에 석굴이 가로 막고 있다. 막다른 길이다. 시에나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인지, 석굴에 가로막힌 이곳에 탈출로는 어디에 있다는 말인지 더욱 의아해진다.
랭던이 마음속에 생각해 두었던 탈출로. 이 사진에 그 탈출로가 보인다. 어디일까?
랭던은 동굴의 입구 쪽으로 가지 않고 동굴 왼쪽에 있는 조그만 회색문 쪽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그 문에는 열쇠 구멍이 하나 있을 뿐 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다. 안쪽에서만 열 수 있는 문이었다. 랭던의 눈에 희망이 사라지고 근심이 들어선다. “이 문만 열리면 –.” (Chapter 27, p. 124. / 역서 1권 204쪽)
부온탈렌티 동굴 Grotta del Buontalenti / The Buontalenti Grotto
그때 갑자기 무인 헬리콥터가 나타난다. 랭던과 시에나는 몸을 숨기기 위해 급히 석굴로 뛰어든다.
“그로토(grotto)”란 정원 같은 곳에 인공적으로 만든 작은 동굴을 뜻한다. 부온탈렌티 동굴은 보볼리 정원의 조성자이기도 한 베르나르도 부온탈렌티(Bernardo Buontalenti)가 만든 동굴로, 마치 자연의 석회동굴처럼 돌이 녹아서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동굴 안에서 찍은 정면. 랭던과 시에나가 내려온 계단이 보인다. 이 동굴은 아무 때나 입장할 수 없다. 보통은 입구에 철문이 잠겨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30분씩 문을 연다. 그 시간에 맞춰야 동굴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다. 랭던과 시에나가 동굴로 급히 뛰어들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저 철문을 넘어야 했을 것이다.
부온탈렌티 동굴의 첫 번째 방. 랭던 일행은 이 방 한가운데의 분수대 뒤로 숨는다.
동굴 천장에 뚫린 눈알 같은 둥그런 창을 통해 아침 햇살이 스며 들어온다.
주위에는 목동과 농부 등 다채로운 조각상들이 가득한데, 벽에 갇히기 싫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 느낌이었다.
군인들이 나타나 석굴 안으로 들어오자 랭던 일행은 두 번째 방으로 숨어든다. 두 번째 방에는 서로 엉킨 자세의 연인 조각상이 있다.
군인들의 탐색이 계속되자 랭던 일행은 목욕하는 비너스(a Bathing Venus) 조각상이 있는 세 번째 방까지 숨어든다.
그런데 사실 이 비너스 상은 너무 작아 그 뒤에 두 사람이 몸을 숨길 정도가 못 된다. 그들을 찾는 군인들이 좀더 가까이 다가왔더라면 그들은 영낙없이 발각되고 말았을 것이다.
더이상 숨을 데가 없어 바짝 긴장하고 있던 그들은 군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발길을 돌리는 덕에 겨우 숨을 돌린다. 하지만 랭던은 자기가 생각해 두었던 탈출로를 이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 사태를 해결해 주는 건 시에나. 그녀는 랭던이 포기한 탈출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랭던의 탈출로는 바사리 통로의 피티궁 쪽 출입구인 회색 문이다. 사진 왼 편, 석굴 옆에 위치한 이 비밀통로의 문으로 사람이 드나들고 있다.
“저 문이 입구가 아닌가요?” (Chapter 30, p. 134. / 역서 1권 219쪽)
시에나가 하는 말에 랭던은 끄덕이지만 정확히 말해 그 문은 입구가 아니라 출구로 사용되고 있다.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는 있지만 이쪽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래는 이곳이 입구 역할도 했겠지만 오늘날 예약으로 운영되는 바사리 통로 투어는 반드시 반대쪽인 우피치 미술관에서 시작하여 이 회색문에서 끝난다. 이 문은 입구가 아니라 출구인 것이다. 하지만 시에나는 “만약 우리가 저 문을 통과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하고 말한다. (Chapter 30, p. 134. / 역서 1권 219쪽)
랭던과 시에나가 보볼리 공원 안에서 이동한 경로를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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